[사진=하이브, 에스엠, 카카오 제공]
《반화의 원더팩트》
뉴스엔진 반화 기자가 대중들이 궁금해 하는 연예·방송계 소식과 정확한 뉴스를 제공합니다.
난장판 상업 전쟁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분쟁 이야기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은 지난 2월 카카오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발표했다.
카카오는 SM에 2,171억 원을 투자해 지분 9.05%를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123만 주 규모의 신주를 인수하고,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114만 주를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이에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이하 이수만)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수만은 SM 지분 18.46%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수만은 지난 2월 7일 입장문을 통해 “회사의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 등 회사 지배관계에 대한 영향력에 변동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제3자에게 신주 또는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또 그는 위법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신청하겠다고 덧붙이며 제동을 걸었다.
[사진=하이브, 에스엠 제공]
그 이후 하이브가 이수만의 백기사로 등장했다. 이수만이 하이브에 자신의 지분 14.8%를 4,228억 원에 넘긴 것. 이로써 SM의 경쟁사였던 하이브가 SM의 최대 주주가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SM 경영진은 즉각 반발했다. 하이브의 인수 시도가 경영진과 협의 없는 적대적 M&A라는 것. SM 측은 “외부의 모든 적대적 M&A와 특정 주주 세력에 의한 사유화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고, 하이브와 카카오의 SM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카카오 ‘매니지먼트 역량 필요’ vs 하이브 ‘K-POP 이끄는 초대형 기획사로 성장’
그렇다면 왜 카카오와 하이브는 SM을 인수하려 했을까? 양측 모두 나름의 사정이 있다. 우선 카카오는 아티스트를 직접 발굴해 키우는 연예 매니지먼트로서의 역량이 필요했다. 대형 기획사가 아닌 지주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다수의 산하 레이블을 보유해 엔터테인먼트사로서 규모는 큰 편이다. 그러나 4대 연예 기획사로 통하는 SM이나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하이브와 달리 자체 고유의 아티스트를 길러낼 역량은 부족한 실정이다. 때문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음원 유통이나 영상 제작 등의 사업을 우선적으로 진행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모회사로서 자회사를 매니지먼트하기보다 레이블의 자율 경영으로 자회사를 운영하는 것 또한 이와 일맥상통한다.
또 아이유, IVE(아이브) 등 굵직한 K-POP 가수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소속돼있지만, BTS와 뉴진스가 소속된 하이브와 비교했을 때 글로벌 IP(지적재산권) 파워는 부족한 상태다. 카카오가 K-POP 시장에서 몸집을 불리려면 자체적으로 아티스트를 발굴해 성장시킬 수 있고, 글로벌 시장의 활동 기반이 마련된 SM 인수는 필수적인 선택이란 이야기가 된다.
[사진=써클 차트(구 가온차트)]
하이브 또한 SM 인수를 추진했던 이유는 명확하다. 대형 기획사이자 매출 및 시가총액이 높은 하이브와 SM을 합병해 초대형 기획사로 진화하겠다는 것. 한터차트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2년 연간 K-POP 앨범판매량 상위 15위 중 9개 순위를 하이브·SM 소속 아티스트가 차지했다. 보이그룹 역대 앨범 초동(발매 후 1주일간 판매량) 상위 20위 중 19개 순위를, 걸그룹 20위 중 6개 순위를 모두 하이브와 SM 소속 아티스트가 이름을 올렸다. 이는 곧 하이브가 SM을 인수하면 K-POP 시장 최대 글로벌 IP 파워를 갖추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하이브와 SM이 지닌 특색이 합쳐지면 K-POP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 시장을 이끄는 주축이자 선구자가 되겠다는 포부도 있었을 것이다. 1989년 현진영을 시작으로 1990년대 아이돌 시대를 열고, 2000년대 해외 시장을 개척하며 근 30년간 K-POP의 역사를 이끌어온 SM이 쌓아온 아티스트 고유의 색채, 독자적인 콘텐츠와 과감한 시장 개척으로 BTS의 유례없는 성공을 이끈 하이브의 독창력이 합쳐지면 K-POP 시장에 지각변화를 일으킬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SM 인수전 종결…하이브 “경쟁 구도 심화로 인수 가격 적정 범위 넘어서”
오는 3월 31일 SM 주총이 열린다. 이 시기는 현 SM 경영진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과 맞물린다. 이는 곧 SM 최대 주주인 하이브 추천 이사진과 현 SM 경영진 측 추천 이사진(카카오 관계자 포함) 등 두 후보군이 이사회 차기 자리를 경쟁하는 의미다. 그런 와중에 하이브는 지난 12일 돌연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하이브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을 인수하고 공개매수를 진행했지만,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추가 공개매수로 경쟁 구도가 심화되고, 주식시장마저 과열 양상을 보이는 현 상황에서는 인수를 위해 제시해야 할 가격이 적정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이브의 SM 인수가 하이브 주주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덧붙였지만 사실상 자금력 부족을 시인한 셈이다.
또 하이브는 “이런 상황에서 최근 카카오와 논의가 전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됐고, 두 회사는 합의에 도달하게 됐다”며 “하이브는 SM 경영권 인수 절차를 중단하기로 합의함과 동시에 양사 플랫폼 관련 협업 방안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뤘다”고 덧붙였다.
현재 하이브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를, SM은 ‘버블’을 소유하고 있다. 양측이 합의를 통해 팬 커뮤니티 플랫폼을 개편할 것으로 보인다. 버블이 위버스에 혹은 위버스가 버블에 입점하는 식이나 버블과 위버스를 결합한 새로운 팬 커뮤니티 플랫폼이 탄생하는 방식 등이 점쳐지고 있다.
하이브가 SM 인수를 포기하면서 ‘쩐의 전쟁’으로 불렸던 SM인수전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하이브가 이수만을 통해 확보한 지분 15.78%는 어떻게 처리될지 언급되지 않았다. 하이브가 보유한 SM 지분이 양측에게 득이 될지 식이 될진 미지수다.
SM 측은 하이브의 결정을 환영하는 모양새다. SM 측은 “하이브의 SM 경영 인수 중단 결정을 존중한다”며 “31일 주주총회에서 전략적 파트너 카카오와 함께 SM 3.0을 새롭게 출범하고, IP와 IT의 시너지를 창출해 K-POP 산업의 넥스트 레벨을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SM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체제에서 벗어나 다수의 제작센터와 레이블이 이끄는 멀티 프로듀싱 체계를 갖추게 됐다. 치열했던 인수전 끝에 열린 ‘SM 3.0’ 시대가 어디로 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맥앤지나=반 화 기자 magajina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