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경 맥앤지나 기자가 픽한 연예·방송계 핫이슈의 에피소드를 전달합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K팝 아이돌을 앰버서더로 가용하며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K팝 아이돌들의 명품 브랜드 앰버서더 발탁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앰버서더는 브랜드에서 전 세계적으로 이용되는 마케팅의 하나로, 일명 ‘홍보대사’로 알려져 있다. 앰버서더는 국내와 해외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앰버서더’와 국내에서만 활동할 수 있는 ‘하우스 앰버서더’가 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기존 해외 유명 셀러브리티들을 차용했으나 2016년 샤넬 본사 지정 아시아 최초 남자 뮤즈로 발탁된 지드래곤을 시작으로 국내 아이돌, 배우 등을 앰버서더로 선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해당 브랜드들이 왜 한국 시장에 집중하는지 살펴봤다.
앰버서더 선정 기준
앰버서더의 일차적인 역할은 제품 홍보로 각종 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앰버서더로 활동하는 브랜드를 알리고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즉, 소비자와 브랜드를 연결하는 핵심이자, 소비자들이 지속해서 브랜드를 소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앰버서더는 본인의 이미지를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브랜드는 앰버서더의 영향력으로 인지도 상승, 수익창출 등의 효과를 기대한다.
최근 뉴진스, 에스파, 엔믹스 등 4세대 아이돌의 앰버서더 발탁이 도드라지는 추세이다. MZ세대 워너비이자 작년에 행성처럼 등장한 그룹 뉴진스는 모든 멤버들이 앰버서더에 발탁됐다. 민지는 샤넬 앰버서더 역대 최초 패션, 뷰티, 주얼리 부문에 발탁됐으며, 하니는 구찌와 아르마니 뷰티, 혜인은 루이 비통, 다니엘은 버버리와 입생로랑 뷰티의 얼굴이 되었다. 데뷔 10개월 차 아이돌이 이룬 쾌거였다. 걸그룹 에스파는 멤버 전체가 쇼파드 글로벌 앰버서더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아이브의 장원영은 사랑스러운 소녀 이미지에 맞게 미우미우 하우스 앰버서더로 선정됐다.
브랜드는 모델을 선정할 때 어떤 이미지를 가졌는지, 브랜드의 이미지와 어울리는지, 얼마만큼의 영향력이 있는 인물인지를 기본적으로 고려한다. 보통 유명한 아이돌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평균 몇백, 몇천만을 훌쩍 넘지만 팔로워 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셜미디어 인게이지먼트, 즉 반응률이다.
2021년 티파니앤코가 블랙핑크 멤버 로제를 앰버서더로 임명하자 트위터상에서는 ‘티파니’ 키워드가 전날의 500배가 넘는 6만 번 이상 언급됐다. 같은 그룹의 멤버 지수가 나온 크리스챤 디올 SNS 포스팅 1회는 61만 달러, 한화 약 7억 원의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아이돌의 영향력이 폭발적인 소비자 반응을 끌어낸다는 것을 보여준다.
MZ세대 소비자의 영향력 확대
명품 브랜드가 계속해서 아이돌을 주목하는 두 번째 이유는 ‘밀레니얼 소비자의 성장’이다. 대부분의 케이팝 팬은 10~20대로 어리고 젊은 소비자들이다. 전 세계 불황 속, 저축보다는 소비를 택한 MZ세대가 명품시장의 주요 소비자층으로 급부상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젊은 소비자들이 자신이 산 명품 사진을 올리거나 품평하는 게시물을 쉽게 볼 수 있다. ‘대학생 명품 언박싱’ ‘수능 끝난 고3의 쇼핑 브이로그’ 등 몇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을 구매하고 언박싱하는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2021년부터 방탄소년단 멤버 전원을 앰버서더로 발탁한 루이 비통은 2022년 매출이 1조 692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3% 늘며 국내 매출 1위를 선점했다. 올 초에는 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과 뉴진스 멤버 혜인을 글로벌 앰버서더로 체결하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에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총괄회장이 지난달 20일에 방한하며 MZ세대 핫플로 불리는 ‘디올 성수’ 팝업스토어까지 방문하며 직접 한국을 챙기고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회장의 딸이자 크리스찬 디올 최고경영자인 델핀 아르노도 같이 동행했다. 델핀 아르노는 디올 피코트와 디올 스웨터, 디올 레이디 디조이 백을 들어 무려 2천만 원을 호가하는 패션을 선보였다. LVMH 오너 일가의 방한 일정동안 유통가 총수들의 특급의전과 함께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의 비공개 만남도 이어졌다. 그들의 방한은 한국 명품 시장이 커진 만큼 직접 둘러보고 실무 경영진들과 관계 쌓기에 나선 듯 보인다.
윤리적인 기업 이미지 구축
MZ 세대는 브랜드에게 매출 급성장뿐 아니라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 구축에도 영향을 미친다. 젊은 소비자들이 비건 패션이나 지속가능성을 내세우는 윤리적인 기업에도 주목하기 있기 때문이다.
2일 구찌는 세계 최초 탄소포집기술을 통해 만든 알코올 100% 향수 ‘웨어 마이 하트 비츠’(Where My Heart bearts)를 선보였다. 알코올은 향수의 기본 원료인데 대부분의 향수용 알코올은 사탕수수 공장의 에타놀 제조공정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사탕수수 재배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열대산림에서 대규모 벌목이 이뤄지고 있다. 구찌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은 글로벌 뷰티기업 코지는 2022년 1월부터 미국 생명공학 기업 란자테크와 탄소포집기술을 개발해 탄소포집을 통한 알코올 생산에 들어가 끝내 친환경 제품을 출시했다.
구찌는 2018년부터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해 ‘구찌 이퀼리브리엄’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2021년 6월 구찌는 ‘구찌 이퀄리브리엄 영향 보고서’를 발간해 2015년 대비 환경발자국을 44% 줄여 기존에 설정해 둔 2025년 목표치를 4년 앞당겼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양한 문화성을 확립하고자 흑인, 백인, 동양인 모델과 함께한 브랜드 캠페인을 발표한다. 글로벌시장을 겨냥한 행보다. 이때, 자사 앰버서더 모델과 함께한 캠페인을 발표함으로써 인종적 다양성을 지향하는 브랜드임을 어필하고, 시대 흐름에 반응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다.
오늘 5월 개봉 예정인 디즈니 실사화 영화 ‘인어공주’의 주인공 에리얼역을 맡은 배우 할리 베일리는 지난 23일 구찌 앰버서더로 발탁됐다. 2019년 베일리의 인어공주 주인공 캐스팅 소식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흑인이 ‘빨간 머리 백인’ 인어공주 역할을 맡았다는 이유로 반대의 의견이 나왔는데, 이런 상황에서 구찌는 베일리를 앰버서더로 가용했다.
구찌는 베일리의 인종차별 논란보다는 그녀의 개성있는 스타일과 패션 센스에 주목했다. 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구찌 2023F/W 컬렉션에 참석해 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와 얼굴을 맞대고 있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명품 브랜드들의 잇따른 앰버서더 발탁 소식에 국내 패션계도 모델 가용에 신중히 하고 있다. 이에 MZ세대가 주목하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패션 브랜드 홀리넘버세븐의 최경호 디자이너는 “브랜드의 앰버서더 발탁은 매출 상승과 신선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으로 패션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만약 홀리넘버세븐에서 앰버서더를 뽑는다면 아이유를 뽑을 것이다. 다양한 기부와 봉사 활동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모습이 자사와 닮았기 때문이다”며 아이유를 향한 관심을 내비쳤다.
아이돌과 명품 브랜드의 협업은 케이팝의 부상과 새로운 소비 패턴의 등장, 다양성을 위한 움직임이 얽혀 이뤄진 성과다. 앰버서더 발탁으로 다양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명품 브랜드는 아이돌을 향한 러브콜을 지속적으로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맥앤지나=강연경 기자 magajina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