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은 맥앤지나 기자가 선택한 연예·방송계의 톡톡 튀는 뉴스들에 대해 토크합니다.
한때 ‘반짝 유행’이었던 것으로 보였던 ‘연예인 부캐’의 시대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런 연예인들의 부캐는 일반인들에게도 이어지면서 새로운 일상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지난 2019년 유재석이 MBC 예능 <놀면 뭐 하니?>를 통해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활동하면서 연예계 제1의 ‘부캐(부 캐릭터)’ 시대를 열었다. 이후 2023년에 김해준의 ‘최준’, 빵송국의 ‘매드몬스터’ 등 수많은 부캐가 사라지고 개그맨 김경욱의 ‘다나카’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제2의 부캐 시대가 열렸다. 현시점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부캐들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인물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부캐 만들기의 인기는 연예계를 뛰어넘어 일반인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 및 SNS를 통해 취미였던 글과 그림으로 작가라는 부캐를 만들어 일명 ‘N잡러’ 활동을 하기도 하고 ‘본디’와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해 자신의 아바타를 꾸미며 새로운 부캐를 형성하기도 한다. 현 사회에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매김한 부캐는 대중들이 즐거움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유희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부캐를 모았다.
개그맨 김경욱 '다나카', '디자이너 김건욱'
'나몰라패밀리' 출신의 개그맨 김경욱이 부캐 활동으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김경욱이 속해있는 ‘나몰라패밀리 핫쇼’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다나카가 이슈가 되기 전인 2018년보다 25만명이 늘어 4월 10일 기준 77만명을 달성한 것. 김경욱의 많은 부캐 중에서 그의 이름을 알린 캐릭터는 ‘다나카’다.
이 캐릭터는 20년 전 일본에서 유행했던 샤기컷 헤어스타일과 과거 일본 하라주쿠 거리에서 유행한 큰 브랜드 로고와 화려한 패턴 등을 활용한 촌스러운 패션을 특징으로 해 유흥가의 호스트를 표현했다.
다나카는 유창한 일본어로 일본 가요를 부르기도 하고, 한국어 구사를 할 때 받침 발음이 어려워 “꽃가루를 날려”를 “고추가루르 나르려”와 같이 어눌하게 발음해 웃음을 자아낸다. 실감나는 연기 때문에 초반에는 ‘다나카’가 정말 일본인이라고 착각하는 대중들도 있었다. 그러나 일본인의 한국어 실력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한다는 점과 왜색이 짙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에 다나카는 유튜브 채널 ‘엠드로메다’에 일본여행기를 담은 영상을 통해 “일본 사람인데 일본 느낌이 나지 한국 느낌이 납니까? 그럼 한국사람 쓰십시오”라고 언급해 유쾌하게 논란을 일단락시키기도.
김경욱은 ‘다나카’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1월, ‘꼬ㅊ보다 TANAKA’ 콘서트를 개최했다. 당시 800석 규모의 콘서트가 3일만에 매진됐으며, 오는 4월 대전, 인천, 성남, 5월에 부산, 수원, 창원, 6월에 대구, 광주, 울산에서 추가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또한 지난 5일 지드래곤, 태양, 블랙핑크, 전소미 등 국내 최고 아티스트의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빈스’와 협업해 발매한‘ 지명해줄래’ 음원을 공개해 4월 10일 기준 유튜브 공식 뮤직비디오 조회 수 16만 회를 기록했다.
김경욱의 또다른 부캐 ‘패션 디자이너 김건욱’ 은 다나카의 콘서트 의상을 스타일링한 디자이너로, 다나카와 함께 인기를 얻어 지난 1월 '다나카 컬렉션' 팝업스토어를 개최했다.
김경욱의 부캐는 보는 이들이 캐릭터에 ‘과몰입’할 수 있게 사실적으로 캐릭터를 표현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김경욱은 코미디언 특유의 섬세한 관찰력과 과장된 표현력을 기본으로 일본인의 특징을 묘사하거나 호스트의 느끼한 제스처와 입담들을 재현해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개그우먼 박세미 '서준맘', 개그맨 이용주 '배용남'
개그우먼 박세미는 유튜브 채널 ‘서준 맘’을 통해 데뷔 이후 첫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현재 구독자 186만명을 자랑하는 ‘피식대학’ 채널은 물론이며 개인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미’도 개설 3개월 만에 구독자 10만명을 돌파했다. 신도시에 거주하는 젊은 엄마라는 콘셉트의 캐릭터‘서준 맘’은 고된 육아로 착용하게 된 손목 보호대와 활동하기 편한 ‘미시 원피스’ 착용, 화려한 네일아트 등 외적인 모습은 물론이며 자녀를 향한 엄마들의 애정이 어린 말투와 모성애 감성을 재현한다. 또한 스마트폰 스트랩 등 소품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연출하기도.
‘서준 맘’의 인스타그램 또한 웃음을 자아낸다. ‘서준 맘’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남편과 애정을 드러낸다. ‘서준 맘’이 남편과 포옹을 하거나 팔짱을 끼는 등 다정한 포즈로 찍은 사진과 함께 “여보랑 오랜만에 데이뚜”, “여보 너무너무 사랑해” 등의 글이 적혀있다. 또 ‘젊줌마’, ‘서준 맘’ 등의 해시태그 또한 젊은 엄마들의 인스타그램을 옮겨놓은 듯하다.
최근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박세미는 과거 돌잔치 MC로 일하면서 관찰했던 '맘'들의 특징을‘서준 맘’ 캐릭터에 반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캐릭터가 아니라 진짜 아기엄마, 서준이 엄마로 아신다. 그래서 진실을 알고 나서는 배신감을 느끼시더라”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서준 맘’의 인기에 편승한 부캐도 있다. 바로 ‘서준 맘’의 남편인 이용주. 그는 ‘피식대학’에서 2000년대를 배경으로 한 코너 ‘05학번 is back’ 세계관의 연장선인 ‘05학번 is here - 신도시 아재들’ 속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배용남’으로 분한 바 있다. 옷가게 CEO가 아닌 ‘서준 맘’의 남편 이용주는 대한민국 아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깃을 높게 세운 상의와 머리에 얹은 듯 착용한 스냅백 등의 패션이나 국내 대표 패밀리카인 카니발을 운행하는 것 등 현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실적 연출로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또한 이용주는 배용남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해 사업가로 성공하고자 하는 야망을 품은 남편의 모습을 그리며 부캐 ‘이용주’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중. ‘장사의 신’ ‘자영업’과 같은 해시태그를 이용해 캐릭터에 정체성을 구축해 “등장부터 하이퍼리얼리즘”이라는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개그맨 황제성 '킹 스미스'
개그맨 황제성은 샘 스미스(Sam Smith)의 신곡 ‘Unholy’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하며 탄생시킨 ‘킹 스미스’ 캐릭터로 인기 몰이 중이다. ‘저가 코스프레(저비용으로 높은 질을 선보이는 코스프레)’임에도 불구하고 원작자 샘 스미스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해 4월 7일 기준 해당 영상의 조회수 401만회를 넘었고,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SNS, 숏폼 플랫폼에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황제성의 패러디 덕분에 원작 음원 ‘Unholy’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역주행해 샘 스미스가 황제성에게 감사 영상을 보내기도.
황제성은 샘 스미스 특유의 당당한 제스처와 표정을 생생하게 그려냄은 물론 젠더리스 룩의 특징을 살린 스타일링으로 싱크로율을 높였다. 여기에 황제성 특유의 뻔뻔한 태도가 합쳐져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부캐 킹 스미스를 통해 전성기를 맞은 황제성은 한 매체 인터뷰를 통해 "킹 스미스가 이렇게 인기 있을 줄은 예상 못 했다"고 고백하면서 "17년간 코미디계에서 생존했다는 것만으로 뿌듯하다"며 "이제는 스스로를 어느 정도 칭찬해도 될 것 같다"고 심경을 전했다.
개그우먼 김리안 '인터넷 BJ 리리코'
2016년 SBS 16기 공채로 데뷔해 웃찾사에서 활동했던 개그우먼 김리안. 최근 그녀에게서 예사롭지 않은 ‘대박’ 기운이 느껴지고 있다. 바로 유튜브 채널 ‘너튜브’를 통해 공개된 김리안의 부캐 ‘리리코’ 때문이다. 인터넷 방송 BJ인 ‘리리코’는 BJ들이 논란의 중심이 됐던 에피소드들을 재현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예로 모태솔로라 주장했지만 방송에서 실수로 동거하는 10번째 남자친구를 팬들에게 들키는 모습이나 방송 중 나오는 애교가득한 목소리가 아닌 걸걸한 목소리로 욕하는 모습이 실수로 방송에 송출되는 식이다. 이는 방송용 이미지 대신 본 모습을 노출해 망신을 당한 일부 BJ들을 날카롭게 풍자했다는 반응을 보인다.
김리안은 부캐로 인기를 얻어 생리대 브랜드 ‘내츄럴코튼’과 전속모델 계약을 체결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김리안이 속한 ‘너튜브’ 채널 내 최고 인기 쇼츠(shorts) 영상인 '남친 숨겨놓고 인터넷 방송하는 여캠'은 조회 수 530만 회를 기록 중이며 ‘BJ 리리코’와 관련된 영상들의 평균 조회수는 100만을 넘었다.
대중에게 확대되는 부캐 열풍
부캐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연예계뿐만이 아니다. 최근 MZ 세대를 중심으로 일반인들도 부캐를 일상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직장인들에게는 유튜버 등의 인플루언서, 쇼핑몰 및 카페 창업 등 일명 ‘N잡러’로서 생계와 직결된 ‘부캐 키우기’가 유행이 되었다.
유튜브 채널 ‘장동선의 궁금한 뇌’의 뇌과학자 장동선은 “타인으로부터 자유롭고 새로운 모습을 펼칠 수 있는 ‘자유도’ 상승과 부캐에 대한 역할을 스스로 시각화하면서 일인 다역에 대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라는 점을 부캐를 갖고자 하는 이유로 꼽았다.
부캐 활동은 자아실현과 동시에 미래를 위한 투자 활동이 되거나, 이전에는 펼쳐보지 못했던 다양한 재능을 발휘해 볼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 실제로 SNS를 통해 취미생활이었던 글쓰기와 그림으로 ‘작가’로 활동해 ‘N잡러’가 되기도 했으며 단순히 재미를 위해 요리 부계정을 개설해 자신이 만든 요리들을 게재하는 등 다양한 사례를 볼 수 있다.
또한 부캐에 대한 인기와 메타버스 플랫폼 출시가 맞물리면서 메타버스 형식의 플랫폼들을통해 소통하는 대중도 늘었다. 특히나 디지털 사회에 익숙한 10대들은 2023년 1월에 유행한 메타버스 플랫폼 ‘본디(Bondee)’, 네이버 제트(Z)가 운영하는 증강현실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 등을 통해 자신의 아바타로 상태를 표현하고 소통해 사회·문화 활동을 즐기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부동산 기술 분야의 직방은 메타버스 사무실 ‘소마’ 사업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실제 사무 환경을 최대한 메타버스에 구현해 아바타로 동료와 만나 업무를 보기도 했다. 또한 3D 메타버스 온라인 전시공간을 제공하는 '믐' 은 홈페이지를 통해 약 26개의 온라인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부캐 만들기를 통해 우리의 역할은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그만큼 사회에서 ‘부캐와 본캐’를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고 문제점들을 인지하면서 적절히 관리하는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맥앤지나=송지은 기자 magajina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