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톱스타와 관련된 게시물이 화제를 모았다. 배우 성훈과 방송인 박나래가 성적인 이유로 서울의 한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는 것이 내용이었다. 앞서 MBC 예능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인연을 맺고 지난 2019년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다정한 모습을 보여줘 한 차례 열애설이 불거졌던 두 사람이었기에 해당 게시글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또 가짜뉴스였다. 삽시간에 기정사실화돼 퍼진 루머에 성훈과 박나래 측은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성훈의 소속사 스탤리온엔터테인먼트 측은 “배우의 명예를 훼손하고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고통받게 하는 현 상황을 묵과할 수 없어 강력한 법적 조치를 할 예정”이라며 유포자들의 IP를 모니터링 및 추적 중이라고 알렸다. 박나래가 소속된 제이디비엔터테인먼트 측 역시 “악성루머를 최초로 작성한 자와 유포자, 확대 재생산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협의나 선처 없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캄보디아에서 링거주사를 맞다 심정지를 일으켜 고인이 된 개그맨 출신 사업가 서세원 역시 가짜뉴스로 홍역을 치렀다. 한 유튜버가 서세원이 사망한 날부터 지난 9일까지 약 20일 동안 ‘서세원이 10조 원대 유산을 남겼다’ ‘생전 유언장을 통해 상속인을 지정해 두었다’는 주장 등이 담긴 영상 25개를 게재한 것. 그러나 해당 영상에 담긴 주장 역시 가짜뉴스로 판명됐다. 고 서세원은 생전 생활비가 부족해 주변에 돈을 빌리는 등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고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유언장 또한 남기지 못했다. 유튜브 수익분석 사이트 ‘소셜블레이드’에 따르면 해당 유튜버는 고 서세원과 관련된 영상을 게재한 한 달간 예상 수입은 최대 4억 4,238만 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가짜뉴스에 맞서는 연예계…법적 대응 or 직접 발언
연예인이 가짜뉴스로 피해를 호소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배우 최수종-하희라 부부, 부부, 현빈-손예진 부부,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와 그룹 포레스텔라 멤버 고우림 부부 등이 이혼설로 몸살을 앓았고, 가수 김호중과 송가인은 결혼설과 임신설로 곤욕을 치렀다. 또 배우 박근형, 사업가 백종원 등이 사망설로 해프닝에 휩싸였다.
연예계에서는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가짜뉴스에 적극 대응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방식은 법적 대응이다. 지난 2021년 방송인 박수홍은 본인을 비롯해 아내 김다예 씨와 반려묘 다홍이에 관한 사생활 논란을 제기한 유튜버 김용호와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박수홍 측은 김용호를 명예훼손, 강요미수, 모욕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지난해 11월 시작된 재판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연예인이 직접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수 홍진영은 지난 3월 인스타그램에 ‘저는 완벽한 솔로입니다. 아직은 혼자가 편하다’라는 글을 올렸다. 가수 장윤정이 방송인 도경완과 홍진영의 불륜으로 결혼생활 8년 만에 이혼을 결심했다는 유튜브 채널 발 가짜뉴스를 일축하기 위한 발언이었다. 연예계 대표 잉꼬부부 최수종 하희라는 각자 인스타그램에 ‘사랑해~ me too’라고 적힌 거울에서 찍은 사진을 게재하며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이는 ‘최수종이 외도했다’ ‘최수종-하희라 부부가 이혼한다’ ‘최수종이 지난 8년간 10차례 사업에 실패하고 38억 원의 적자를 냈다. 하희라는 최수종의 연이은 사업 실패로 믿음이 사라졌다’ 등의 가짜뉴스에 대한 간접적인 대응이었다.
빠르게 퍼져 사실로 위장하는 가짜뉴스
연예인들이 강경 대응에 나선 데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우선 가짜뉴스가 퍼지는 양상의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 과거 연예인을 둘러싼 루머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가 증권가 정보지(일명 찌라시) 형태로 은밀하게 천천히 퍼졌다. 때문에 연예계에서는 루머를 직접 반박하는 것보다 시간이 흘러 루머가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것이 관례로 통했다.
그러나 SNS가 활성화되고 유튜브를 통한 1인 미디어가 대중화되면서 세상이 바뀌었다. 가짜뉴스의 유포 속도는 눈 깜빡하는 것보다 빨라졌고, 포털 사이트에 검색만 하면 쉽게 해당 루머의 주인공을 파악할 수 있다. 단순한 진실검증조차 되지 않은 허위 사실은 손쉽게 사실로 굳어진다. 이런 이유로 연예인 혹은 소속사 측에선 빠르게 입장을 표명하지만 이미 퍼질 대로 퍼진 가짜뉴스의 불길을 잡긴 쉽지 않다.
일본 나고야공업대학 다나카 유코 준교수와 도쿄학예대학 이누즈카 미와 준교수 등이 이끄는 연구팀이 발표한 ‘오정보에 대한 정정 기사의 효과’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퍼진 가짜뉴스를 그대로 받아들인 사람의 40%는 사실을 바로잡는 팩트체크 기사가 나와도 이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경향이 있다. 한번 옳다고 믿은 생각은 잘 바꾸려 하지 않는 ‘확충편향’에 기인한 현상으로 10명 중 4명은 자신이 가진 정보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처음 맞는다고 믿었던 것만 수용한다는 의미다. 이는 사실에 기반한 입장이 담긴 팩트체크 기사가 공유돼도 가짜뉴스가 왜 계속 확산하는지를 보여준다.
가짜뉴스 범람의 시대가 온다…‘챗GPT’ 급부상
허무맹랑한 내용의 가짜뉴스가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이유는 수익 때문이다. 가짜뉴스가 최다 생성되는 유튜브의 수익 창출 구조를 살펴보면 이렇다. 채널 구독자 수가 1,000명 이상, 12개월간 동영상 시청 시간이 4,000시간 이상 충족되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유튜브 콘텐츠 조회수 1회당 2~3원 정도의 수익이 발생하는 것을 고려하면 조회수 100만 회를 기록하면 200~300만 원의 수익이 돌아온다.
조회 수만 올릴 수 있다면 허위 사실이 담긴 영상을 만드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다. 가짜뉴스를 만드는 유튜버들은 논란이 불거지면 콘텐츠나 채널을 삭제했다 다시 게재 및 개설하는 행위를 반복한다. 유튜브 측은 커뮤니티 가이드로 ‘잘못된 정보’를 금지하고 있으나 이용자들의 신고에 기반해 삭제 조치를 하기 때문에 가짜뉴스가 이미 퍼진 후 영상이 삭제되는 사후약방문격이 된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가운데 인공지능 대화형 챗봇 ‘챗GPT’의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챗GPT는 사람들의 언어 데이터를 학습해 대답을 생성하는데, 문제는 사람들의 언어 속에 가짜뉴스가 상당히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는 곧 챗GPT가 반복적으로 작업을 수행할수록 거짓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챗GPT의 위험을 감지하고 행동에 나섰다. 미국의 뉴스 신뢰도 평가 기관인 ‘뉴스가드’는 챗GPT와 같은 생성 AI가 만든 가짜뉴스가 온라인 정보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린다고 경고하면서, 검색 포털사이트가 AI를 걸러내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는 챗GPT로 만든 가짜뉴스를 유포해 구금당한 사례가 발생했다. 중국의 한 누리꾼 A씨는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 주목받은 사건들의 요소를 챗GPT에 입력해 같은 내용의 가짜 뉴스를 여러 개 만들었다. 차가 공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들을 치어 9명이 숨졌다는 내용으로 이를 중국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가 운영하는 블로그 바이자하오 계정에 올려 ‘인터넷 정보 서비스 딥 합성 관리 규정’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인터넷 정보 서비스 딥 합성 관리 규정’은 지난 1월 시행된 것으로 딥 합성(AI의 딥러닝이나 증강 현실을 활용해 텍스트, 이미지, 영상, 오디오를 만들어내거나 조작하는 기술)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는 해당 기술을 사용해 콘텐츠를 만들 경우 그러한 사실을 분명히 밝히고 원본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허위 정보나 혐오 발언이 온라인에서 무차별 확대 재생산되는 부작용을 막는 데 초점을 둔 ‘디지털서비스법(DSA)’을 근거로 오는 8월부터 구글‧트위터‧틱톡‧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총 19개의 빅테크와 온라인 플랫폼을 강력히 규제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해당 업체는 4개월 안에 가짜뉴스와 불법 콘텐츠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정기적인 외부감사와 콘텐츠 범위 지정 알고리즘의 세부 정보를 규제기관과 공유해야 한다. 또 챗GPT 등 인공지능(AI)에 기반해 생성한 정보에 대한 유통 책임이 부과되고 허위 정보를 퍼뜨릴 위험이 있는 합성 영상이나 이미지 등은 플랫폼에 노출할 때 표시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규정을 위반하면 연간 글로벌 매출의 최대 6%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되고 유럽 내 서비스가 금지될 수 있다.
가짜뉴스 판별하는 ‘문해력’이 필요한 때
국내의 상황은 해외와 조금 다르다. 현재 국내에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유튜브 및 인터넷 게시물 심의를 담당하는데, 영상을 지우진 못하고 국내 ISP 업체를 통해 접속을 차단하는 수준에 머물러있다. 해당 영상은 위법성이 큰 음란물이나 마약, 사실관계가 명확한 가짜뉴스가 해당한다. 피해 당사자 불분명한 가짜뉴스는 방치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유튜브 측이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운영자 정보를 수사 기간에 제공하지 않는 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게다가 국내에서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는 가짜뉴스는 언론이 아닌 1인 방송으로 분류돼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점도 하나의 문제점이다. 개별적 조치를 취하면 사이버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으나 그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사실상 가짜뉴스 속 주인공은 가짜뉴스를 방지하지도, 유포자를 처벌하지도 못하는 셈이다. 정부는 최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문화체육관광부의 가짜뉴스 태스크포스 기능을 강화하고 언론진흥재단에 ‘가짜뉴스 신고 상담센터’를 설치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결국 가짜뉴스가 범람한 세상에서 진짜 뉴스를 찾는 해결법은 독자에게 달려있다. 정책과 규제에 의해 질서가 정립되는 것과는 별개로 가짜뉴스에 속지 않는 문해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 사람은 감정과 경험에 근거한 인지적 편향을 갖고 있어 가짜뉴스에 속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뉴스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습관과 글의 근거가 되는 자료의 팩트체크를 하는 습관을 기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EBS <당신의 문해력+>에서는 가짜뉴스 판별을 위해 몇 가지 체크할 사항을 소개했다. 먼저 뉴스를 볼 때 바로 믿지 않고 “이상한데?”라는 질문을 해보거나, 기사의 근거가 명확하게 제시됐는지 찾아볼 것. 또 “~않았나요?”라든가 “~라고 하더라” 등의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 쓰인 문장들은 한번 짚고 넘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뉴스를 접할 때 작성자를 살펴보거나 정보 혹은 사진의 출처를 체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맥앤지나=김지은 기자 magajina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