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작가이자 기상캐스터, 모델 이런던이 제주 여행기를 세심하게 전했다.
이런던은 “나는 여행이 좋다. 특히 혼자 여행을 좋아 한다. 내 글은 여행을 즐기는, 혹은 가고 싶지만 망설이는 사람, 그리고 대리 만족 하고 싶은 누구에게나 편하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자신이 글을 쓴 목적과 바람을 전했다.
그는 제주 여행을 하면서 "제주에서 느꼈던 편안함과 좋은 인연 들은 내 삶의 원동력이 되었다." 동시에 "제주는 언제나 옳다."라며 자신이 여행을 통해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글에 담아 전했다.
다음은 이런던의 제주 여행 관련 글 전문이다.
여행 작가이자 기상캐스터, 모델 이런던이 제주 여행기를 세심하게 전했다. (사진= 이런던 제공)
4월, 갑자기 제주도로 떠났다.
이전에도 혼자 여행(이하 혼행)을 자주 하는 나였다. 보통 이유는 ‘생각 정리’.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냥 쉬고 싶어 당일에 무작정 티켓을 끊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제주도의 상징인 야자수를 보면 ‘아, 제주도에 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순간, 해외여행을 온 것 같은 착각도 든다.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렌트카다. 혼행을 할 때, 나는 90%가 즉흥이고 나머지는 가끔 계획을 세운다. 이번에도 출발은 거의 즉석에서 이루어졌다. 문제가 생겼다. 평일이라 사람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유채꽃이 만발하는 시기라 사람이 정말 많았다. ‘대한민국에 평일에 노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대부분의 차량이 다 나간 상태였기에, 결국 나는 가장 합리적인 가격의 12인승 카니발을 렌트했다.
막상 차를 빌리고 나니 굉장히 넓었다. 이걸 혼자 타고 다닌다니 비효율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12인승 차는 이번 여행을 예상할 수 없게 만들었다. 다양한 사람들과 동행이 시작된 것이다. 사실 나는 동행을 연속으로 하지는 않는다. 최대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고 싶고 자유롭게 돌 아다니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12인승 렌트카를 빌렸다는 핑계 때문인지, 서로가 잘 맞아서 그랬는지, 여행 내내 사람들과 동행하게 되었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기도 하고, 내가 그중 가장 연장자이기도 해서 걱정이 조금 되었 지만.
나는 혼행을 하면 절반 이상을 게스트하우스에 묵는다. 첫날은 더욱 그렇다. 내 꿀팁은 여행 첫날, 공항 근처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는 것이다. 공항 근처는 보 통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혼행을 할 때는 정보가 생명이다. 그것도 여행을 마친 사람들에게 얻는 정보는 인터넷에서 얻는 정보보다 귀하다. 그래서 나는 공항 근처를 선호한다. 그때 우연히 예약한 숙소는 최고였다. 2인실이었지 만 운 좋게 혼자 방을 쓰게 되었다. 정말 호텔이 부럽지 않았다.
혼행을 오는 사람들은 크게는 두 부류로 나뉘는 것 같다. 첫째는 다양하게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 둘째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 나는 그 중간을 선호한다. 혼행의 장점은 ‘자유’다.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교류했을 때, 혹여 나 랑 잘 맞지 않는다면 예의있게 인사하고 서로 각자 갈 길을 가면 된다. 만약 잘 맞으면 함께 커피나 맥주 한잔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여행 때는 게스트들과 잘 맞았다. 지금은 서울에 와서도 연락하고 보는 사이가 되었다. 이렇게 친분이 이어진 건 또 처음이다.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제주는 언제나 옳다. 2년 전에 처음으로 혼자 제주를 방문했는데, 당시에는 힘든 상황 때문에 왔다. 혼자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사람 사는 게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민도 분야만 다를 뿐이지 비슷한 맥락이었다. 이번 제주는 별다른 이유 없이 왔지만, 푸른 바다도 많이 봤고 멍도 때렸다. 서울에서는 잘 하지 않던 술과 커피도 맘껏 마셨다. 도시에서는 신경쓸 게 참 많지만 제주에서는 없었다. 되짚어보니 놀러 갔기에 신경쓸 게 없었나 보다.
제주에서 느꼈던 편안함과 좋은 인연 들은 내 삶의 원동력이 되었다. 남자 혼자 제주도에 가서 이런 일들이 있었다. 별일 같지만 별일 아닌 일들이다. 참 좋았다. 혼행은.
이런던이 제주 여행을 하며 촬영한 여행기 사진. (사진= 이런던 제공)
[맥앤지나=송지은 기자 magajina11@gmail.com]